딱 하루. 갑수는 잃어버린 그 하루가 눈물나게 아쉬웠다. 강력 사건이든 흥신이든 초동수사가 제일 중요했다. 하루종일 주인 잃은 핸드폰을 쫓아 정처없이 서울 시내를 헤집고 다니지 않았다면, 박지민의 얕은 꾀에 넘아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박지민의 행방을 알아내 서서히 숨통을 조이고 있었을 테고, 박지민과 동행한다는 그 모호한 남자의 정체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
지민은 평소 그리 깊이 잠드는 편도 아니었고 잠버릇이 고약하다거나 코골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곱게 잠들었다가 곱게 일어나는 게 원래의 수면 패턴이었다. 그런데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뜬 것은 당황스럽게도 제 코고는 소리 때문이었다. 자기 코고는 소리에 자기가 깨는 경우는 들어보기나 했지 직접 겪은 건 처음이었다. 깜깜하게 어두...
경부 고속도로 초입으로 진입하자 빨간 푸조는 거리낄 것 없이 내달렸다. 평일 오전의 고속도로는 텅텅 비어있었다. 이따금 화물 트럭만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2차선으로 느리게 달리는 거대한 화물 트럭들을 피해 다시 1차선으로 질렀다. 작은 몸체의 푸조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처럼 씩씩대며 엔진을 풀가동 시켰다. 지민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한 손으로 주머...
좁은 여관방의 커튼을 활짝 젖혔다. 어둑한 새벽빛 너머로 희미한 햇살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눈앞으로 뿌연 먼지가 부유했다. 지민이 저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으며 창문을 열었다. 순식간에 방 안의 온도가 3도 정도 올라간 듯 후끈해졌다. 지민은 머리에 얹었던 젖은 수건을 침대위로 던지고 종이가방을 뒤져 입을 옷을 꺼냈다. 편의점에서 산 트렁크 팬티를 꺼내 ...
신세계. 새로운 세상. 지금 정국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총망라한 단어였다. 온 몸이 쑤셔오던 고통이 즐거운 자극으로 다가온다. 쓰라렸던 손가락 끝이 근질거렸다. 정국은 벅차오르는 충동을 견디지 못해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품에 안겨있던 지민의 숨통이 더욱 조인다. "아, 좀. 숨막힌다고." 지민은 엉덩이를 뒤로 쭉 빼며 정국을 밀어내보려 했지만 제 목과 ...
눈앞이 아찔하다. 한꺼번에 받아들이기 힘든 갖가지 감정이 밀려들어왔다. 정국은 그대로 굳은 채 한참을 움직이지 않았다. 영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정국의 사고가 멈춰있던 시간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곧 눈에 힘을 주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일단 제 품에 안겨 속 모르고 잠들어있는 박지민을 어떻게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마음 같아...
말했듯이 정국은 이제껏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순간 사람들이 보이는 여러 부류의 반응에 대해 이미 꿰고있었다. 어느 것도 유쾌한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반응은 또 처음이었다. 박지민은 수치심같은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무리 같은 남자끼리라도 남의 좆 기립여부를 저렇게 호기심 가득하고 순수한 애새끼처럼 물어보다니. 환장할만한 재능이다. 근데 더 짜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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